유저의 시간을 점유하라
대부분 IT업체에는 재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IT업체의 재고는 '기다림'입니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스마트폰 탄생 이전에는 가서 무얼 할지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프린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약속시간이 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집을 나서며 카카오택시를 부르고 네이버지도를 켜서 이동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주변 맛집을 검색합니다. 모두 즉석에서 해결합니다. 스마트폰을 꺼냈음에도 니즈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저는 이탈하고 팔지 못한 서비스는 IT업체의 재고가 되고 맙니다. IT업체의 재고가 기다림이라면 IT업체의 실적, 즉 물량은 어떻게 결정이 될까요? 바로 ‘유저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느냐’ 입니다. 카카오, 페이스북 모두 유저의 시간에 더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서비스를 다양화하기도 하고 귀찮은 푸시 알림을 보내기도 하며 들어가보고 싶어지도록 만듭니다.
유저의 이동시간을 잡아라 – IT 업체가 모빌리티에 눈독 들이는 이유
이런 성향을 지닌 IT업체들은 현재 한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모빌리티’ 입니다. 카카오는 주차장 앱, 택시, 대리, 배달 등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을 인수합병하여 모으고 있습니다. 우버는 UAM(도심항공교통)에 관심이 있고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제조업 기반이 아닌 IT업체들까지 모빌리티에 도전장을 내밀까요? 첫째로, IT업체들은 모빌리티 혁명으로 창출될 사람들의 이동시간을 선점하여 실적, 즉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모빌리티의 핵심경쟁력은 제조업 기반의 하드웨어 능력인 ‘속도’ 등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능력 즉 ‘콘텐츠’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동시간에 즐길 콘텐츠를 제공하라 – 지금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자율주행차, UAM의 시대에는 이동하는 동안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유익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AR·VR 기기로 디바이스 전환이 이뤄진다면 메타버스 콘텐츠가 주류가 되어 모빌리티에도 활발히 도입되겠지요. 그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에 가기 위해 A씨는 자신의 모빌리티에 타고 곧바로 메타버스에 접속을 합니다. 쇼핑을 하고, 건강검진을 받고, 회의에도 참석합니다. 모빌리티와 메타버스간 콘텐츠 연동이 되니 내려서도 접속은 끊기지 않습니다. A씨는 AR 글래스를 쓰고 걸어가며 하던 일을 마무리합니다. 이런 하루가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IT업체뿐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유저의 시간을 점유하고 싶다면, 내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지금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메타버스에 주목한다면 이동시간이라는 블루오션을 차지할 선두주자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글 서승원 핑퐁(주) 대표이사